대부분 유럽이 그렇듯이 여긴 겨울이 너무 길다. 한국처럼 해가 있으면서 추운 겨울이 아니라 해가 없는 날이 대부분 많아서 체감은 더 춥고 날이 꿀꿀하니 마음도 많이 꿀꿀해진다.

2월 25일 화요일에 우리 집 벨이 울린다. 찾아 올 사람이 없는데??? 
문 구멍으로 밖을 내다 보니 아이들 세네명이 이상한 옷들을 입고 서있다. 뭐야? 이건 뭐야?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구멍으로만 지켜보다 잠시 후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게 뭐지? 하고 있는 사이 또 벨이 울린다. 문 구멍으로 내다 보니 이번에도 아이 두명이 이상한 옷을 입고 서있다. 당황스러워서 문 구멍으로 다시 들여다 보다가 재빨리 여기에 오래 산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대체 애들 왜 그러는거야?'

 

그제서야 알았다... 슬로베니아에 Pust가 있다는 걸^^

그 전에는 별로 신경 안 쓰고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집에 찾아오는 애들도 없었고...

Pust라는 축제는 그 유럽의 꿀꿀한 겨울을 겁줘서 빨리 보내려는 축제란다. 해마다 2월말쯤 하는데 어른들, 아이들이 무서운 옷들을 입고 소리를 내면서 겨울을 쫓아내는 행사란다. 아마 그동안의 우울함을 빨리 벗고 봄이 다가 오고 있다는 설레임을 갖기 위해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하는 전통적이 의식?같은 것을 페스티발로 즐기는 것 같다.

 

언니 말에 의하면,
나는 그 벨을 눌렀던 아이들에게 캔디나 쿠키 아니면 크로프(슬로베니아 전통 도넛-겉에 슈가 가루가 뿌려진

언니가 암것도 없으면 1유로 정도 동전 이라도 줘서 보내란다. 동전을 들고 급히 나갔지만 아이들은 없다 ㅠㅠ


남편이랑 집에 있는 동전을 싹모아 식탁위에 올려놓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이제 다 준비됐다. 아이들이 오기만 하면 된다. 벨이 울리면 우린 문을 열고 활짝 웃으면서 그 이뿐 아이들을 반길 것이다. 오기만 해봐라^^ 
그러나 기다려도 기다려도 더 이상 아이들은 오지 않았다 ㅠㅠ 이미 그 집 꽝이라고 소문났나? ㅠㅠ

 

그렇게 올해 Pust는 망했다....  

 

 

올해 프레셰렌 광장에서 열린 Pust 페스티발 - Foto: Urška Boljkov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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