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를 보면서 환경 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느껴진다. 이젠 정말 봄을 즐길 시간도 없이 무더운 여름으로 넘어가려나 보다. 한동안 얇은 패딩이라도 입어야 하는, 비 오는 서늘한 날씨가 계속 되다가 오늘 반가운 따뜻한 해가 나왔다. 지금이 5월 중순을 넘었는데 아직도 날씨가 이렇다니 ㅠㅠ
봄 햇살의 기운은 단 며칠 살짝 맛만 보여주고 다 태워버릴 듯한 여름의 햇살이 바로 오려나 보다.
여기는 여름에 5분만 햇빛에 서있어도 피부가 타 들어 가는 걸 느낀다. 아마 공기가 깨끗하다 보니 직광 인듯 싶다.
오늘도 점심 먹고 남편과 코코를 데리고 주변을 산책했다.
아파트 화단 반짝이는 초록잎들
반짝이는 나뭇잎이 너무 예쁘다. 갑자기 어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주말에 피란 근처로 신선한 공기 마시러 다녀왔어, 류블랴나는 공기가 너무 안 좋잖아..."
뭔소리???^^ 이렇게 나무들이 먼지 하나 없이 빤짝빤짝 한데?
여기 사람들은 류블랴나 공기가 너무 오염 되었다고 생각한다... 얘네들이 서울 한복판을 다녀와야 얼마나 복 받고 사는지 알게 될까? ㅎㅎ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하얀 남방 하루 입으면 옷깃이 까매져서 다음날 입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고,
하얀 운동화가 일주일이면 새까매지고,,,
어쩌다 코라도 한번 풀면....
슬로베니아에 와서 하얀 남방은 먹다가 뭘 흘리지 않으면 며칠을 입어도 상관없고,
하얀 운동화는 일년에 한번 빨까? (냄새 나지 않을 경우^^)
요즘은 산책하다 바람에 실려오는 아카시아 향이 달콤하고 밤에 보는 별들은 대학생때 거제도로 MT 갔을 때나 볼 수 있었던 그 쏟아지는 별들을 생각나게 한다.
나처럼 극한을 경험하지 않은 여기 사람들은 류블랴나가 엄청 오염되었다고 생각한다. 저번에 한번은... 어떤 사람이 말하길... 류블랴나 시내는 너무 차도 많고 복잡해서 힘들다고... 류블랴나가 대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
하긴 이젠 나도 가끔 한국 가서 서울 한복판에 사람들 쏟아져 나오면 어지러워 지기도 한다. 이제 촌년이 다 되어가나 보다. 언젠가 나도 류블랴나 공기가 오염되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곳의 신선한 공기를 찾으러 가게 될까?
산책하면서 3개월 된 강아지를 만났다. 코코를 키우다 보니 이제 어린 강아지들은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귀여운 촐랑거림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가뜩이나 코코는 사회화가 덜 된 아이인데 코코보다 크고 검은 베이비가 무턱대고 막 덤벼대니 코코가 기겁을 한다. 코코 사회화 교육을 정말 본격적으로 해야겠다.
산책하는 중간에 바닥에 그려 넣은 꼬맹이들의 작품도 넘 좋다. 나도 이랬던 까마득한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슬로베니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고 비엔나에 있는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겸임하고 있다. 류블랴나에서 비엔나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때마다 1시간 반정도 걸리는 자그렙에 있는 크로아티아 대사관에 가서 선거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때문에 국경도 거의 막히다시피하고, 거주지(류블랴나시)외에는 벗어날 수 없어 선거를 할 수 없었다. 이런 된장 ㅠㅠ
이번 부활절을 맞은 슬로베니아 질병센타에서 시민들에게 보내는 포스터다. 할머니네 집에 갈때 코로나도 모시고 갑니다? 이런 내용인듯 싶다 ^^ 우리나라 추석 같은 가족 모임의 명절을 코로나가 뺏어간 느낌이다.
가끔 유럽에서 동양사람들이 코로나때문에 일(?)당한다는 뉴스를 보고 설마 하면서 위축되는게 사실이었다. 슬로베니아는 현재 56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3월 16일부터 레스토랑등 기타 상업 시설이 폐쇄되어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다.
실내에서 마스크와 장갑은 꼭 착용해야 한다 / PHOTO: Aljosha Kravanja
하루에 세번 코코가 일을 보게 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주변에 남편이 데리고 나간다. 단지에 동양 사람은 현재 우리 밖에 없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사실, 우리는 좀 많이 신경쓰이고 위축되었다. 마트에서도 우리를 피해 동선을 잡는 사람도 있고, 빤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우리를 보면 길을 건너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춘기 남자애들은 코로나라고 하면서 지나가기도 하고, 대놓고 불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두번은 세워놓고 얘기를 해서 한국 사람이라는 걸 밝히지만 분하고 억울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네들은 코로나랑 상관없다는 듯이 이태리에 놀러다니면서 다 전염되어 와놓고 왜 우리한테 그러는건지,,, 상황이 여기 까지 오다보니 근본적인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을수도 있겠다 싶어 불쾌해지는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고 우리가 피하게 된다.
늘 그렇듯이 남편이 코코를 데리고 나갔다. 지나가는 남자 두명중 한명이 남편을 빤히 쳐다보면서 싫은 표정을 대놓고 하더란다. 남편이 무슨 문제있냐고, 왜 그런식으로 쳐다보냐고 했더니 '코로나' 이러더란다. 남편이 나는 한국 사람이고 코로나때문에 우리도 피해를 많이 보고 있고, 너 지금 인종차별하고 있냐,,, 등등 화산을 막 폭발시키려고 하는데 동행했던 한명이 그 친구한테 귓속말을 하더란다. 당신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이고 가던 길 가더란다.
여기 사람들도 세계최강 방역 '한국'을 인정하나보다. 이렇게 한국이 반전을 만들줄... 너무 감격스럽다.
'다 한국에서 죽을 만큼 고생하시는 당신들 덕 입니다.'
확!! 그냥!!! 돈만 있으면 '메이드 인 코리아' 마스크 몇백만장 사서 류블랴나 시청 광장 꼭대기에서 뿌리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설움과 함께... '마!!! 한국이 이런 나라야!!!' 막 이러면서....
사람이 절벽에 서게 되면 누군가를 원망해 지고 싶은걸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많은 사상자들이 나고, 세계가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상황까지 왔지만 난 중국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바이러스는 점점 더 인간에게 버거운 변종이 될 것이고, 그런 바이러스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때마다 인종을 차별시키고 위협을 할것인가? 이제는 더이상 되먹지 못한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우리나라 추석과 설날처럼?
부활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같이 보내야 하는데 이놈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다. 정부에서는 내심 엄청 걱정하는 눈치다. 현재는 본인이 사는 주소지에서 다른 도시로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할머니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먹고 가족들이랑 보내야 하는데 먼 곳에 사는 가족들은 어떻게 할런지 나도 궁금하다.
고기가 주식인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부활절에는 고기 대신 먹는 전통 음식을 소개한다.
포티차 / SLOVENIA INCOGNITA
집에서 할머니가 구워주는 포티차라는 빵을 먹는다. 집집마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르지만 보통 계피와 견과류를 넣은 빵이다. 소문난 빵집의 포티차는 내가 먹어도 정말 맛있다.
부활절 계란들 / Slovenia Tourist Board
부활절에 그림 그려진 계란은, 우리가 설날에 떡국 먹는 개념이고... 완숙이여야 한다.
가장 전통적인 계란 염색은 붉은 양파 껍질을 사용한 천연 염색이다. 지금쯤이면 중앙 시장에서 붉은 양파 껍질만 담아서 팔기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진짜 계란 대신 초콜릿 계란을 많이 먹는 것 같다.
부활절 식탁 / Slovenia Tourist Board
horseradish라는 서양 고추 냉이도 빠지면 안되는 음식이고,,, 햄을 넣은 빵도 먹고,,, 부활절에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서 집집마다 허벅지 만한 햄들 하나씩은 사가지고 간다 ㅎㅎ
류블랴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 중 하나는 역시 피자다. 이젠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메뉴,,, 피자.
시간상 금액상 간단하게 먹기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 피자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유럽 피자가 맛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왜냐면 유럽 사람들은 그리 한국처럼 화려하게 토핑을 하지 않는다. 섞이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긴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인지 여기 피자 값은 비싸지도 않다. 6~10유로 정도.(한국돈 8천원~13000원 정도)
남편이 즐겨 먹는 피자는 '마르게리따' 이다. 그냥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소스만 토핑 한 가장 기본적인 피자.
돈 아끼려고 매번 그것만 먹는 걸까??? 내가 먹어봐도 화려한 토핑보다는 담백하고 맛있다.^^
오늘은 류블랴나에 있는 피자 집 중 우리가 가장 맛있다고 선별한 두 곳을 추천하려고 한다. 이 두곳 음식 메뉴는 샐러드와 피자만 있다. 난 이런 식당이 좋다, 전문적으로 한놈만 파는...
1. 파르마 Pizzeria Parma
유고슬라비아 시절 1호 피자집이다.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면, 내부가 그때랑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그 시절에 완전 혁신적인 매장 이었을 듯... 벽에 걸린 유고 시절의 오래된 인테리어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집 피자 사이즈는 한 사람이 먹기 딱 좋은 사이즈이고, 유럽 도우는 대부분 '씬'인데 비해 여기 도우는 좀 두꺼운 편이다. 그런데 이 도우가 찹쌀처럼 쫀득쫀득 하다. 어떻게 유고시절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알 것 같다.
류블랴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피자 집이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700미터 거리에 있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강변을 따라 걸어 오다가 콩그레스 광장을 지나 큰길로 나와서 쿠보 호텔을 끼고 조금 더 걸어감
건물 지하로 계단을 내려오면 통로를 사이에 두고 왼편과 오른편에 있다. 가급적이면 주방이 있는 오른편 매장에 자리 잡으시길... 건너편에 확장을 했는데 바쁠 땐 직원이 잘 안온다.^^
월~금 10:00~20:00 토 10:00~16:00 일 Close
2. 포쿨루스 Foculus
매장이 엄청 크고 캐주얼한 분위기이다. 날씨 좋을 땐 외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면서 먹는 것도 재미있다. 메뉴가 엄청 다양하고 류블랴나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도우가 얇고 토핑 종류가 많다. 직원이 센스있게 외국인에게는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700미터 거리에 있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강변을 따라 분수가 있는 노비 트르그까지 와서 오른쪽길로 가면서 두번 길을 건너면 간판이 보인다.
남편과 둘이 가면 샐러드 하나와 미듐사이즈 한판 시켜서 먹으면 딱 좋다. 거기에 슬로베니아 맥주 라스코나 유니온을 곁들이면 날씨 좋은 날 한끼 식사로 딱이다.
6년 전 슬로베니아에 처음 왔을 때 한식당이 없어서 즐겨 찾던 곳이, 중국 식당과 태국, 일식당 이었다. 예전에 캐나다 출장 갔을 때 록키 산맥 시골 마을에도 중국 식당이 있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이곳에서도 역시중국 식당은 이미 여럿 있었다. 규모도 크고 현지인 입맛에 맞춰 슬로베니아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었다.
역시 중국은 상술이 대단한 것 같다. 중국 식당이 있으면 뭐하냐... 난 짜장면과 짬뽕이 먹고 싶다 ㅠㅠ
지금은 중국 식당 갯수도 늘어 여기저기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럽은 비자 받기도 쉽지 않아 제3국 사람들이 거주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슬로베니아는... 하지만 이곳도 대부분의 아시아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이다.
그리고 중국 음식은 맵지 않아 현지인들 입맛에 잘 맞는 듯 하다. 고급 중국 식당이 아니면 가볍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도 많다.
태국 식당은 류블랴나에 대여섯 군데 되는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원래 태국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가장 자주 찾았던 곳이다. 예전에 우리가 구시가에서 즐겨 찾았던 On Thai(캐주얼 분위기) 와 Chuty's(고급 레스토랑 분위기) 가 있고, 요즘 우리가 찾는 곳은 중앙역 앞 Roza Slon 이다. 툭툭이를 입구에 갖다 놓은게 인상적이고 많이 캐주얼한 식당이라 모임을 갖기엔 적당하지 않지만, 가볍게 먹거나 테이크 아웃을 하기엔 좋다. 우리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식 맛이 우리가 좋아하는 자극적인 태국 맛이고 무엇보다 금액이 착하다.
일식은 류블랴나에 8군데 정도 있고, 관광 책자에 대표적으로 나오는 곳이 구시가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인SUSHIMAMA다. 구시가에 또 다른 한곳은 회전 초밥도 같이 하는 곳인데 Moysushi 다. 간단하게 초밥을 먹기엔 좋다.
류블랴나에서 가장 맛있는 곳은 아무래도 Maru다 구시가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가장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다. 음식 값이 좀 비싸다는게 흠이지만, 손님을 접대 할 때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우리는 마루를 찾는다.
또 자주 가는 곳이 있는데 Sato Bento다. 친한 언니가 좋아하는 식당으로 거의 단골 손님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이곳에 가면 우리는 코스 요리를 시켜먹는데 7코스를 시키면 두시간 넘게 수다 떨면서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속 터질뻔 하지만 할 얘기가 많은 사람들이라면 얘기하면서 음식을 즐기기에 좋다. 음식에 비해 금액도 착한 편이다.
구시가에 일본 라면 집도 하나 생겼다.
요즘 우리한테 핫한 식당은 작년에 생긴 베트남 식당이다. 쌀국수를 엄청 좋아하는 친구 때문에 자주 가기도 하지만 음식 맛이 좋다. Dobro Jutro Vietnam. 자라 옷 매장 건물 안에 있다.
드디어 한국 식당이 2,3년전 부터 생긴 것 같다. 처음으로 생긴 Suwon(수원). 센터에서 버스로 3~4정거장 거리에 있으며 김밥, 만두, 떡볶이, 치킨, 불고기등 메뉴가 다양하다. 전통적인 한식당 보다는 약간 Bistro 느낌이 있다. 우리 단골이다.^^
그리고 구시가에 1년전쯤에 생긴 Ogam(오감). 전과 찌개도 있고 종류가 다양하다. 한번도 가보진 않았는데 중앙역 근처에 있는 jamjam (얌얌),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김밥과 비빔밥, 제육볶음등이 있는 것 같다.
내 입맛이 좀 4,50대 아저씨들 술안주 취향이다. 감자탕, 순대국, 아구찜, 보쌈, 족발, 해물탕, 삼계탕, 갈비찜, 양념게장, 알탕, 육회 등등... 회는 말 할 것도 없다. 이런 걸쭉한 내 입맛을 충족시키기엔 지금의 한식당 메뉴가 부족하다^^
한국에 가면 첫 일주일은 회만 먹는다. 입에서 비린내 날정도로...
여기서 일식당 이라고 해봤자 한국처럼 횟집도 아니구, 대부분 몇 점 나오는데 종류가 뻔하다. 맛없는 참치 붉은 살, 연어, 회전 초밥집에서 맨날 나오는 그 익힌 새우. 이 세가지가 필수 종목이고 고급 식당은 여기에 한두 종류 더 나오는데 그냥 밍밍한 회다... 우럭이나 광어, 도다리 같은 그런 찰지고 탱글탱글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아, 침나온다. 그런 회는 절대 없다.
지금은 그래도 없으려니 하고 참지만,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돼 미치도록 회가 먹고 싶어서 살아 있는 생선을 찾아 헤맨적이 있다.
한번은 휴가로 피란에 가서 며칠 있는 동안 레스토랑 주인한테 살아 있는 생선 좀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자기 친구가 오늘 저녁에 낚시하러 가는데 얘기해 놓겠다고 해서, 드디어 우리가 살아있는 생선 회를 먹는구나!!!! 오후 내내 남편이 회를 뜨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레스토랑 주인이 생선이 왔다고 연락이 와서 남편이 빛의 속도로 가지러 갔고, 내 눈앞에 가져다 놓은 아이는 심장에 작살 맞고 이미 '작살난 아이'였다. 그래도 약간 광어 비슷하고 금방 죽었을테니까 싱싱한거야. 빨리 회쳐!!!
우린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정말너무 흐믓하게 회를 씹어댔다. 회치느라 힘들었을 남편을 생각해서 맛있는 리액션을 했지만 사실,,, 역시 한국회와는 다른,,, 맛없는 회였다.
또 한번은 몬테네그로 해변을 운전하면서 가다가 생선들을 파는 엄청 큰 수협 같은 곳을 발견하고 빛의 속도로 뛰쳐 들어갔다. 생선은 정말 다양하게 많았지만 다 죽은 아이들이었다. 그때!!! 내 눈에 큰 수조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면서 날 부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세상에!!! 있었어, 있었다구... 살아 있는 애들이... ㅠㅠ
열심히 그 중에서 내 입속에 들어갈 아이를 정말 신중하게 또 신중하게 골랐다. 수조를 돌아가며 아마 30분 정도는골랐던것 같다. 왜냐면 또 사러오기엔 몬테네그로는 류블랴나에서 너무 멀다...
드디어 점원을 불러 저 아이를 달라고 했다.
안판단다. 왜?왜? 왜 안파는데!!! 안판다는 말에 머리가 잠깐 돌아서 그 불쌍한 점원에게 막 따지다가 나중에는 제발 한마리만 팔아달라고 사정하고...
나중에 정신차리고 점원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그 수협 같은 곳 주인이 애지 중지 키우는 아이들이었다. 애견 말고 애어? 이성을 찾으니 내가 얼마나 무식하고 잔인하게 보였을까 싶은게, 너무 창피했다. 우리 코코를 팔라는 거 하고 똑 같은 것이었다.
이젠 어느 정도 포기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친한 사람들이 가끔 오면서 한국에서 뭐 사 가지고 갈까 물어보면 난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이렇게 말한다.
알다시피 유로는 5유로까지 지폐이고 동전은 2유로, 1유로, 50센트, 20센트, 10센트, 5센트, 2센트, 1센트로 되어있다.
현금으로 물건을 사게 되면 유로 동전이 생기기 마련이고 10센트까지는 그래도 사용 횟수가 많지만 5센트 이하 작은 동전은 잘 안 쓰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카드로 거래를 하게 되고...
안 쓰는 5센트 이하 동전을 한 곳에 모아두다 보니 어느날, 큰 뭉치가 되었다.
얼마 안되겠지만 큰 동전으로 바꿔서 쓰려고 거래 은행에 갔다.
동전 양을 보더니 자기네 은행에는 동전 수납기가 없다면서 시내 한복판 큰 다른 은행 본점으로 가보란다. (거기가 내 거래처 은행 지점 중 가장 큰 곳이었다)
참나, 뭔 은행에 동전 수납기도 없고... 여기가 뭐 그렇지 하면서 그 은행 직원이 알려준 다른 은행 본점으로 갔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오면 커다란 기계에 동전을 다 쓸어 담는다. 아래쪽에서 얼마라고 영수증 같은 종이가 나온다. (이것도 내가 알아서 착착 했겠는가, 인포메이션 직원한테 물어봐서 기계 작동법을 배우고, 기계에서 나온 종이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물어보고... 등등)
암튼, 그 종이를 가지고 또 줄을 서서 은행 직원에게 그 종이를 들이 밀었다.
직원이 이 은행에 계좌가 있는지 물어보더니 없다고 하니 수수료가 2.5유로 였나?? 그랬다.
이때부터 멘붕... 내 참 기가 막혀서... 동전 바꿔주는데 뭔 수수료? 거기다가 내가 한 뭉치 들고 간 동전 총액은 6유로도 안되는 금액이 써 있었다.
이걸 바꿔? 말어? 안 바꾸면 난 다시 그 기계에 가서 너무 물어봐서 짜증내는 그 인포메이션 센타 직원에게 가서 또 다시 물어보고 센트 동전 한 뭉치를 들고 나가야 할 판이다...
결국, 그 작은 센트 동전들을 바꾸고 나오는데 웃음만 나왔다. ㅎㅎㅎㅎㅎㅎㅎ ㅠㅠㅠㅠㅠㅠㅠ
얼마 남지 않은 동전으로 주차비 계산까지 하고 나오니 (시내 한복판이라 주차 할 곳도 없어서 실내 주차장에 주차했더니 주차비가 3유로 정도 나왔다)
집에 가는 내 손에는 70센트가 남아 있었다.... (900원 정도)
내가 900원 바꾸려고 몇 시간을 이랬구나 ㅠㅠ
집에서 죽어가는 동전 바꿔서 남편이랑 커피 한잔씩 마시면서 '나 알뜰하지?' 뭐 이런거 하고 싶었는데 ㅠㅠ
내가 다시는 동전 모아 두나 봐라. 1센트 짜리가 수십개가 되어도 마트에서 일일이 다 세어가며 악착같이 계산하리라...
한국은 은행가면 그냥 다 바꿔 줬는데... 오늘도 한국이 얼마나 서비스에 강한 나라인지 새삼 느끼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국가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