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코로나 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3월 4일에 나왔고 오늘이 딱 2주째다. 

 

그동안 휴교도 하고, 대중교통도 차단 시키고, 꼭 필요한 상점 외에는 모두 문을 닫게 했다.

어제부터 EU밴드로 외국인 입국을 금지시켰다. - 그전까지는 슬로베니아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 입국자 제한을 두지 않았었다.

현재는 모스크바나 외국에 있는 슬로베니아인들을 전세기로 이용해서 데리고 오는 것을 추진중이다.

 

지난주 수요일에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왔다.

갑자기 금요일 오후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사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단다.

그리고 또 친한 언니한테 류블랴나가 봉쇄 될 수도 있다는 전화도 받고...

저녁을 준비하다 남편이랑 불안한 마음에 냅다 마트로 달려갔다.

신속함의 대명사는 당근 한국인이지^^

 

내가 이틀 전 고기를 샀던 진열대와 완전 달라져 있다. 텅~~

이게 리얼 장면인지 한동안 멍했다...

이틀만에 다 팔려나간 고기들. 아마 계속 진열장을 채워 놓았을텐데...

곳곳에 텅 빈 진열대들에서 슬로베니아 사람들 주식이 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고기들과 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뇨끼(우리나라 만두 같은?), 계란, 유제품, 시리얼, 빵등 곳곳이 텅텅...

그나마 재빠른 사람들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마트에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요즘 이렇지는 않을 듯 싶다.

이날은 불안감의 극대화였던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들은 더 심했겠지,,,

이런 상황은 정말 나도 처음 보는 당황스러운 장면이다. 뉴스에만 나오는게 아니었구나...

얼마나 다행인가... 그들과 우리의 식문화가 다르니^^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흩어져서 쌀과 배추, 석회석을 없애기 위한 술^^ 등을 사재기 하고 왔다.

 

그날부터 남편은 김치를 두판에 걸쳐 담았고... 한국 사람이야 김치 하나만 있으면 만사 해결이지.

요즘은 남편이 김치 담그는 솜씨가 정말 정말 좋다.

전에는 한국 배추와 여기 배추가 달라서 (줄기 부분이 억세서 잘 저려지지도 않는다) 샐러드같이 싱거운 김치, 젓갈 같은 짠 김치, 막 이랬는데 요즘은 딱 칼국수집 김치다. 정말 맛있다.

한국에서는 주방에서 설거지나 겨우 하던 사람이 여기 와서 뒤늦게 재능을 발견하고 음식 만드는 걸 즐긴다.

사람들을 우리 집에 식사 초대하면 묻는다... 오늘의 셰프가 누구냐고...

우리 남편이기를 바라는 눈치다... 

하긴, 내 성공 확률이 절반 정도로 떨어지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나야 땡큐지 ㅎㅎㅎ 그렇다고 일부러 확률을 떨어뜨리는건 아니다. 재능이 없어진 것 같다 ^^

 

요즘 신용어인가? '사회적 거리'

여기서도 처음엔 100명이상 모임을 제한했으나 오늘 부터는 5인 이상으로 바꿨다.

오늘 두시 기준으로 확진자가 286명이 되었다. 아직 사망자는 1명이고...

데이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는 있지만 일단 사망자가 1명이라는건 의료진이 모자라는 슬로베니아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창밖을 보면 정지 화면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말소리가 들려서 밖을 보니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또 약국 앞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줄 서 있다가 한명씩 내부로 들어간다.

여기도 대부분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 잘 하고 있나 보다.
한국도 국민 모두가 당분간 시키는 대로 하면 좋을텐데 ... 정말 그런 찬란한 의료 시스템에서 아직도 확진자들이 나오는 뉴스를 보니 너무 안타깝다.
외국에서 살면 다 애국자가 된다더니... 정말 이번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진단 키트랑 백신이랑 유럽에 수출 되고 소문 나면 다시 눈 마주치면서,
'왜? 나 한국사람인데? 할 말 있어?' 이럴거다 ^^

'사회적 거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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