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슬로베니아에 처음 왔을 때 한식당이 없어서 즐겨 찾던 곳이, 중국 식당과 태국, 일식당 이었다.
예전에 캐나다 출장 갔을 때 록키 산맥 시골 마을에도 중국 식당이 있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이곳에서도 역시중국 식당은 이미 여럿 있었다. 규모도 크고 현지인 입맛에 맞춰 슬로베니아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었다.

역시 중국은 상술이 대단한 것 같다. 중국 식당이 있으면 뭐하냐... 난 짜장면과 짬뽕이 먹고 싶다 ㅠㅠ

 

지금은 중국 식당 갯수도 늘어 여기저기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럽은 비자 받기도 쉽지 않아 제3국 사람들이 거주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슬로베니아는... 하지만 이곳도 대부분의 아시아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이다.

그리고 중국 음식은 맵지 않아 현지인들 입맛에 잘 맞는 듯 하다. 고급 중국 식당이 아니면 가볍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도 많다.

 

태국 식당은 류블랴나에 대여섯 군데 되는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원래 태국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가장 자주 찾았던 곳이다. 예전에 우리가 구시가에서 즐겨 찾았던 On Thai(캐주얼 분위기) 와 Chuty's(고급 레스토랑 분위기) 가 있고, 요즘 우리가 찾는 곳은 중앙역 앞 Roza Slon 이다. 툭툭이를 입구에 갖다 놓은게 인상적이고 많이 캐주얼한 식당이라 모임을 갖기엔 적당하지 않지만, 가볍게 먹거나 테이크 아웃을 하기엔 좋다. 우리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식 맛이 우리가 좋아하는 자극적인 태국 맛이고 무엇보다 금액이 착하다.

 

일식은 류블랴나에 8군데 정도 있고, 관광 책자에 대표적으로 나오는 곳이 구시가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인SUSHIMAMA다. 구시가에 또 다른 한곳은 회전 초밥도 같이 하는 곳인데 Moysushi 다. 간단하게 초밥을 먹기엔 좋다.

류블랴나에서 가장 맛있는 곳은 아무래도 Maru다 구시가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가장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다. 음식 값이 좀 비싸다는게 흠이지만, 손님을 접대 할 때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우리는 마루를 찾는다. 

또 자주 가는 곳이 있는데 Sato Bento다. 친한 언니가 좋아하는 식당으로 거의 단골 손님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이곳에 가면 우리는 코스 요리를 시켜먹는데 7코스를 시키면 두시간 넘게 수다 떨면서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속 터질뻔 하지만 할 얘기가 많은 사람들이라면 얘기하면서 음식을 즐기기에 좋다. 음식에 비해 금액도 착한 편이다.

구시가에 일본 라면 집도 하나 생겼다.

 

요즘 우리한테 핫한 식당은 작년에 생긴 베트남 식당이다. 쌀국수를 엄청 좋아하는 친구 때문에 자주 가기도 하지만 음식 맛이 좋다. Dobro Jutro Vietnam. 자라 옷 매장 건물 안에 있다.

 

드디어 한국 식당이 2,3년전 부터 생긴 것 같다. 처음으로 생긴 Suwon(수원). 센터에서 버스로 3~4정거장 거리에 있으며 김밥, 만두, 떡볶이, 치킨, 불고기등 메뉴가 다양하다. 전통적인 한식당 보다는 약간 Bistro 느낌이 있다. 우리 단골이다.^^

그리고 구시가에 1년전쯤에 생긴 Ogam(오감). 전과 찌개도 있고 종류가 다양하다. 
한번도 가보진 않았는데 중앙역 근처에 있는 jamjam (얌얌),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김밥과 비빔밥, 제육볶음등이 있는 것 같다.

 

내 입맛이 좀 4,50대 아저씨들 술안주 취향이다. 감자탕, 순대국, 아구찜, 보쌈, 족발, 해물탕, 삼계탕, 갈비찜, 양념게장, 알탕, 육회 등등... 회는 말 할 것도 없다. 이런 걸쭉한 내 입맛을 충족시키기엔 지금의 한식당 메뉴가 부족하다^^

 

한국에 가면 첫 일주일은 회만 먹는다. 입에서 비린내 날정도로...

여기서 일식당 이라고 해봤자 한국처럼 횟집도 아니구, 대부분 몇 점 나오는데 종류가 뻔하다. 맛없는 참치 붉은 살, 연어, 회전 초밥집에서 맨날 나오는 그 익힌 새우. 이 세가지가 필수 종목이고 고급 식당은 여기에 한두 종류 더 나오는데 그냥 밍밍한 회다... 우럭이나 광어, 도다리 같은 그런 찰지고 탱글탱글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아, 침나온다. 그런 회는 절대 없다. 

 

지금은 그래도 없으려니 하고 참지만,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돼 미치도록 회가 먹고 싶어서 살아 있는 생선을 찾아 헤맨적이 있다.

 

한번은 휴가로 피란에 가서 며칠 있는 동안 레스토랑 주인한테 살아 있는 생선 좀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자기 친구가 오늘 저녁에 낚시하러 가는데 얘기해 놓겠다고 해서, 드디어 우리가 살아있는 생선 회를 먹는구나!!!! 오후 내내 남편이 회를 뜨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레스토랑 주인이 생선이 왔다고 연락이 와서 남편이 빛의 속도로 가지러 갔고, 내 눈앞에 가져다 놓은 아이는 심장에 작살 맞고 이미 '작살난 아이'였다. 그래도 약간 광어 비슷하고 금방 죽었을테니까 싱싱한거야. 빨리 회쳐!!! 

우린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정말 너무 흐믓하게 회를 씹어댔다. 회치느라 힘들었을 남편을 생각해서 맛있는 리액션을 했지만 사실,,, 역시 한국회와는 다른,,, 맛없는 회였다.

 

또 한번은 몬테네그로 해변을 운전하면서 가다가 생선들을 파는 엄청 큰 수협 같은 곳을 발견하고 빛의 속도로 뛰쳐 들어갔다. 생선은 정말 다양하게 많았지만 다 죽은 아이들이었다. 그때!!! 내 눈에 큰 수조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면서 날 부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세상에!!! 있었어, 있었다구... 살아 있는 애들이... ㅠㅠ

열심히 그 중에서 내 입속에 들어갈 아이를 정말 신중하게 또 신중하게 골랐다. 수조를 돌아가며 아마 30분 정도는 골랐던것 같다. 왜냐면 또 사러오기엔 몬테네그로는 류블랴나에서 너무 멀다...


드디어 점원을 불러 저 아이를 달라고 했다. 

안판단다. 왜?왜? 왜 안파는데!!! 안판다는 말에 머리가 잠깐 돌아서 그 불쌍한 점원에게 막 따지다가 나중에는 제발 한마리만 팔아달라고 사정하고... 

나중에 정신차리고 점원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그 수협 같은 곳 주인이 애지 중지 키우는 아이들이었다. 애견 말고 애어? 이성을 찾으니 내가 얼마나 무식하고 잔인하게 보였을까 싶은게, 너무 창피했다. 우리 코코를 팔라는 거 하고 똑 같은 것이었다. 

 

이젠 어느 정도 포기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친한 사람들이 가끔 오면서 한국에서 뭐 사 가지고 갈까 물어보면 난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이렇게 말한다.

'회 한접시 ㅠㅠ'

 

정말 이런 회가 먹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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