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는 실외 배변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세번 산책을 시켜야 하는데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동양인이 우리 가족 밖에 없는 상황이라 주목을 많이 받게 된다.

슬로베니아는 아직 외국인이 그렇게 많지 않아 동양인은 대충 다 중국인으로 인식을 한다.

따가운 눈초리를 인지하게 되면 남편은 그 사람에게 다가가 우리는 한국인이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인텔리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금새 표정이 바뀌고 한국의 방역이라든지 K-pop이라든지 하면서 친근함을 표시하고 다니면서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중국인 인줄 알았을 거라고 꼭!!! 한국인이라고 밝히라고 한다. 

그러나 가끔 그렇지 않은 사람들 (우리는 그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하면서 위안을 삼는다)은 그게 뭐? 그래서 뭐? 이런다. 아시아에는 중국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는 이런 사람들은 뭐 우리가 어찌 구재하랴...

아무튼, 요즘은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친근함을 엄청 표시하는 사람들도 중국이 너무 싫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유럽사람들이 이 코로나로 중국에 대한 감정이 정말 안 좋아지긴 한 것 같다.

그 얼마나 당행인지...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고 대놓고 얘기 할 수나 있지... 중국 사람들은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슬로베니아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레스토랑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해가 별로 없는 긴긴 겨울을 보내고 햇살 좋은 봄을 기다렸던 여기 사람들에겐 참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그런 그들의 햇살을 코로나가 집안에 꽁꽁 숨도록 만든 것이다.

저번 주 까지는 정말 산책하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눈에 독기가 가득했는데 그나마 레스토랑 문을 열고 어느 정도 규제가 풀리고 나니 다행히 그 독기가 조금은 사그라드는 것 같다.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참 많이 변하게 하는 것 같다.

빵을 집에서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내가 그동안 집에서 세번이나 빵 만들기를 시도했다.

친구가 페이스 톡으로 같이 빵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온갖 블러거 레시피를 보며 마침내 오븐에 빵을 구웠다.

애플 페스츄리, 스콘 그리고 애플파이.

그나마 멀쩡하게 보이는 저 아이가 스콘이다 ㅠㅠ 남들 스콘이랑 왜 틀리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ㅠㅠ

역시 나는 감이 없나 보다 ㅠㅠ

주방은 주방대로 씽크대 하나 가득이고 밀가루들은 왜 이렇게 날리는지...

세번째 베이킹 후 앞으로 더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남편이 승인 해준 애플 파이를 위해 파이 틀을 사준다고 했다 ^^.

파이 틀을 사면 애플 파이 정도는 좀 더 폼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엔 멋지게 애플 파이를 만들어 친구들한테 돌려 볼 예정이다.

 

남편은 요즘 피자를 집에서 만들어 준다. 

역시 나보다는 남편이 소질 있다... 피자 맛집에서 먹는 피자맛이다.

남편이 만든 피자

코로나 덕분에 난 3종 베이커리를 마스터했다 ㅎㅎㅎ

이번 주는 우리도 드디어 외식하러 갈 것 같다. 두달 만에 남이 해준 밥을 먹으로 나간다~~ 얏호~~

오늘 한국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사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못했다 ㅠㅠ.

슬로베니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고 비엔나에 있는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겸임하고 있다. 류블랴나에서 비엔나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때마다 1시간 반정도 걸리는 자그렙에 있는 크로아티아 대사관에 가서 선거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때문에 국경도 거의 막히다시피하고, 거주지(류블랴나시)외에는 벗어날 수 없어 선거를 할 수 없었다. 이런 된장 ㅠㅠ

 

이번 부활절을 맞은 슬로베니아 질병센타에서 시민들에게 보내는 포스터다. 할머니네 집에 갈때 코로나도 모시고 갑니다? 이런 내용인듯 싶다 ^^
우리나라 추석 같은 가족 모임의 명절을 코로나가 뺏어간 느낌이다.

가끔 유럽에서 동양사람들이 코로나때문에 일(?)당한다는 뉴스를 보고 설마 하면서 위축되는게 사실이었다. 슬로베니아는 현재 56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3월 16일부터 레스토랑등 기타 상업 시설이 폐쇄되어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다. 

실내에서 마스크와 장갑은 꼭 착용해야 한다 / PHOTO: Aljosha Kravanja

하루에 세번 코코가 일을 보게 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주변에 남편이 데리고 나간다. 단지에 동양 사람은 현재 우리 밖에 없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사실, 우리는 좀 많이 신경쓰이고 위축되었다.
마트에서도 우리를 피해 동선을 잡는 사람도 있고, 빤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우리를 보면 길을 건너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춘기 남자애들은 코로나라고 하면서 지나가기도 하고, 대놓고 불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두번은 세워놓고 얘기를 해서 한국 사람이라는 걸 밝히지만 분하고 억울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네들은 코로나랑 상관없다는 듯이 이태리에 놀러다니면서 다 전염되어 와놓고 왜 우리한테 그러는건지,,, 상황이 여기 까지 오다보니 근본적인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을수도 있겠다 싶어 불쾌해지는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고 우리가 피하게 된다.

 

늘 그렇듯이 남편이 코코를 데리고 나갔다. 지나가는 남자 두명중 한명이 남편을 빤히 쳐다보면서 싫은 표정을 대놓고 하더란다. 남편이 무슨 문제있냐고, 왜 그런식으로 쳐다보냐고 했더니 '코로나' 이러더란다. 남편이 나는 한국 사람이고 코로나때문에 우리도 피해를 많이 보고 있고, 너 지금 인종차별하고 있냐,,, 등등 화산을 막 폭발시키려고 하는데 동행했던 한명이 그 친구한테 귓속말을 하더란다. 당신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이고 가던 길 가더란다.

 

여기 사람들도 세계최강 방역 '한국'을 인정하나보다. 이렇게 한국이 반전을 만들줄... 너무 감격스럽다. 

'다 한국에서 죽을 만큼 고생하시는 당신들 덕 입니다.'

확!! 그냥!!! 돈만 있으면 '메이드 인 코리아' 마스크 몇백만장 사서 류블랴나 시청 광장 꼭대기에서 뿌리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설움과 함께... '마!!! 한국이 이런 나라야!!!' 막 이러면서....

 

사람이 절벽에 서게 되면 누군가를 원망해 지고 싶은걸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많은 사상자들이 나고, 세계가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상황까지 왔지만 난 중국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바이러스는 점점 더 인간에게 버거운 변종이 될 것이고, 그런 바이러스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때마다 인종을 차별시키고 위협을 할것인가? 이제는 더이상 되먹지 못한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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