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사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못했다 ㅠㅠ.

슬로베니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고 비엔나에 있는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겸임하고 있다. 류블랴나에서 비엔나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때마다 1시간 반정도 걸리는 자그렙에 있는 크로아티아 대사관에 가서 선거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때문에 국경도 거의 막히다시피하고, 거주지(류블랴나시)외에는 벗어날 수 없어 선거를 할 수 없었다. 이런 된장 ㅠㅠ

 

이번 부활절을 맞은 슬로베니아 질병센타에서 시민들에게 보내는 포스터다. 할머니네 집에 갈때 코로나도 모시고 갑니다? 이런 내용인듯 싶다 ^^
우리나라 추석 같은 가족 모임의 명절을 코로나가 뺏어간 느낌이다.

가끔 유럽에서 동양사람들이 코로나때문에 일(?)당한다는 뉴스를 보고 설마 하면서 위축되는게 사실이었다. 슬로베니아는 현재 56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3월 16일부터 레스토랑등 기타 상업 시설이 폐쇄되어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다. 

실내에서 마스크와 장갑은 꼭 착용해야 한다 / PHOTO: Aljosha Kravanja

하루에 세번 코코가 일을 보게 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주변에 남편이 데리고 나간다. 단지에 동양 사람은 현재 우리 밖에 없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사실, 우리는 좀 많이 신경쓰이고 위축되었다.
마트에서도 우리를 피해 동선을 잡는 사람도 있고, 빤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우리를 보면 길을 건너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춘기 남자애들은 코로나라고 하면서 지나가기도 하고, 대놓고 불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두번은 세워놓고 얘기를 해서 한국 사람이라는 걸 밝히지만 분하고 억울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네들은 코로나랑 상관없다는 듯이 이태리에 놀러다니면서 다 전염되어 와놓고 왜 우리한테 그러는건지,,, 상황이 여기 까지 오다보니 근본적인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을수도 있겠다 싶어 불쾌해지는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고 우리가 피하게 된다.

 

늘 그렇듯이 남편이 코코를 데리고 나갔다. 지나가는 남자 두명중 한명이 남편을 빤히 쳐다보면서 싫은 표정을 대놓고 하더란다. 남편이 무슨 문제있냐고, 왜 그런식으로 쳐다보냐고 했더니 '코로나' 이러더란다. 남편이 나는 한국 사람이고 코로나때문에 우리도 피해를 많이 보고 있고, 너 지금 인종차별하고 있냐,,, 등등 화산을 막 폭발시키려고 하는데 동행했던 한명이 그 친구한테 귓속말을 하더란다. 당신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이고 가던 길 가더란다.

 

여기 사람들도 세계최강 방역 '한국'을 인정하나보다. 이렇게 한국이 반전을 만들줄... 너무 감격스럽다. 

'다 한국에서 죽을 만큼 고생하시는 당신들 덕 입니다.'

확!! 그냥!!! 돈만 있으면 '메이드 인 코리아' 마스크 몇백만장 사서 류블랴나 시청 광장 꼭대기에서 뿌리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설움과 함께... '마!!! 한국이 이런 나라야!!!' 막 이러면서....

 

사람이 절벽에 서게 되면 누군가를 원망해 지고 싶은걸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많은 사상자들이 나고, 세계가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상황까지 왔지만 난 중국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바이러스는 점점 더 인간에게 버거운 변종이 될 것이고, 그런 바이러스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때마다 인종을 차별시키고 위협을 할것인가? 이제는 더이상 되먹지 못한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