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곳에 이사 왔을 때 슬로베니아 강아지들은 다 대형견이었다.
코코가 길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너무 귀엽다며 미친다. 맨날 큰 개들만 보다가 그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 앙증맞은 개를 보니 귀여워 보였겠지. 참고로 코코는 정말 토이푸들인지 의심스러운 6kg 의 아이로 한국에 있을 때는 그냥 지나가는 개중의 한마리 정도다. 그래도 어미 눈에는 콧날 각도가 장난 아닌게 정말 자~알 생겼다.^^

 

하루는 레스토랑 노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사이 남편과 코코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겹겹이 모여있는 사이에 코코 짖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하고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보니, 이태리 관광 그룹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코코가 예뻐 죽는다며 같이 사진 찍어도 되냐구... ㅋ 돌아가며 코코 사진을 찍는 중 이었다.

이태리 사람들의 과한 리액션 속에서 울 코코는 저리 가라고 막 짖어 대고... 

참나... 여기 오니까 울 코코가 먹히는 구나...

 

이런 경험은 두번째다. 

예전에 남편과 이란 자유 여행을 갔었는데 - 10년 전 쯤? 참고로 이란은 정말 볼거리가 최고다. 책에서만 봤던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의 전설 같은 모습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 사원은 정말,,, 나중에 그때 찍은 사진 꼭 방출해야지...

우리가 관광했던 이란 도시 중 하나인 야즈드에서 관광지를 둘러보는 중에 이란 중학생 정도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왔는지 선생님을 따라 다니며 흘끔흘끔 우리를 쳐다 봤다. 우리가 동양인이라 신기해서 그러나 보다 하고 그냥 웃어주면서 지나치곤 했는데...

뒤에 오던 남편이 없다... 한참 뒤돌아가서 봤더니 수학여행 온 이란 아이들 사이에 파묻혀 있다. 한참 후에 아이들을 벗어난 남편이 하는 말이... '애들이 사인 해 달래서 백 장 정도 해줬어' 응? 뭔 소리?

얘기를 들어 보니 그때 이란에서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드라마가 주몽 이란다.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 보더니 남편보고 주인공 송일국 닮았다고 사진 찍고 사인 받아가고...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누가? 어디가? 뭐가? 

남편은 절대 송일국과 손톱 만치도 닮지 않았다. 내가 한혜진이랑 닮았다고 하면 몰라도 ㅋㅋ - 하긴 나도 바늘구멍 만큼도 닮지 않았다. 

그 멀고 먼 나라에서 한국 드라마가 이 정도 인기라니... 그 후로도 우린 이란에서 주몽 얘기를 들으며 연예인 놀이를 잠시 했다. ㅎㅎㅎ

 

암튼,,, 슬로베니아는 개 천국 이다. 공원에서는 목줄 없이 개들이 뛰어 다니고, 레스토랑이나 바에 가서 '우리 강아지 있는데 들어가도 될까?' 물어보면 답은 하나다. 'Why not?' (얼른 들어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사람 밥 보다 개가 마실 물을 더 먼저 가져다 준다. 여기서는 코코를 데리고 못 들어가는 곳이 거의 없다. 관공서나 은행 정도?

 

개를 입양한 친구가 있었다. 개를 키우던 아저씨가 돌아가셔서 친구 남편(슬로베니아 사람)이 데리러 갔는데 전화로 '생각보다 너무 작다, 앙증맞다...' 이러더란다. 업무 끝나자 마자 달려갔더니 25 킬로가 넘는 앙증맞은 대형견이었다. 뭐 여기서 25킬로 쯤이야 대형견에서 살짝 빠지긴 하지... 매번 수제 간식 해 먹이며 애지중지 잘 키웠다.


친구가 두번째로 입양한 아이는 보스니아에서 홍수 때문에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아이였다. 뭔 유기견을 보스니아에서 데려오나 했는데 여기는 유기견이 없다. 정말 없는지 한동안 인터넷 서칭을 해봤는데 정말 유기견 보호소 같은 곳이 없다. 여기는 버려지는 개가 없다는 뜻이다. 와... 리스펙!!!

친구는 보스니아에서 그 아이를 데려오며 기부금도 내고 서류 처리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을 내며 데려와서 우리 코코 보다도 더 애지중지 잘 키운다.

 

여기 강아지들은 어렸을 때 훈련을 필수적으로 받는 것 같다. 주말에 공원에 나가보면 커다란 강아지들이 주인들과 같이 빙 둘러 서서 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화 교육과 예절 교육을 확실하게 가르치는 것 같다. 내가 봐도 여기 개들은 정말 젠틀하다. 절대 사람한테 짖지 않고 강아지 사이에서도 예의가 있다. 길거리에 다닐 때도 줄을 매지 않은 대형견들을 자주 본다. 어찌나 주인 옆에서 보폭 맞춰가며 쫄랑쫄랑 잘 걷는지... 사람들이 예뻐하면 그것을 즐긴다. 식당이나 바에 가면 테이블 아래 엎드려서 주인이 끝날 때 까지 조용히 기다려 준다.
이런 기본들이 되어 있으니 개에게 자유가 허락되는 거겠지.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1. 마트나 관공서 등 건물 앞에 강아지 묶어 놓고 편하게 볼일 보는 개 주인. 

2. 자기 목줄 자기가 물고 산책하는 개의 주인.

 

몇 년 사이에 여기도 소형견들이 많아졌다. 내가 봐도 코코보다 작은 너무 귀여운 앙증맞은 강아지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코코보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말한다. 문제는 작은 개들이 일으킨다고... 맞다 ㅋㅋ. 여기서도 다니다가 짖거나 말 안 듣는 애들은 다 작은 개들이다.^^

 

우리 코코도 이 곳에서는 공원에서 줄 없이 뛰어논다. 가끔 줄을 메고 다니면 사람들이 강아지 목줄 풀어주라고 한다 ^^. 여기 사람들은 정말 개를 많이, 많~~이 사랑한다.

그리고, 그만큼 문제를 일으키는 개도 별로 없다. 문제라고 해봤자 개망나니 짓 정도? ^^

 

내가 생각하기에 개들의 문제는 모두가 주인 탓이다. 개는 아무 문제 없다. 

주인의 성숙한 인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있어야 사람들 속에서 개들도 행복할 수 있다.

우리 개도 문제가 있는 아이다. ㅠㅠ
개는 개 답게 키워야 하는데 왜 자꾸 개아들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 애미, 애비가 널 다 망치고 있다 ㅠㅠ.
오늘부터 다시 개 답게 키우는 훈련을 해야겠다.
코코야... 제발 여기 개들 좀 닮아보자 ㅠㅠ

우리 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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