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를 보면서 환경 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느껴진다. 이젠 정말 봄을 즐길 시간도 없이 무더운 여름으로 넘어가려나 보다. 한동안 얇은 패딩이라도 입어야 하는, 비 오는 서늘한 날씨가 계속 되다가 오늘 반가운 따뜻한 해가 나왔다. 지금이 5월 중순을 넘었는데 아직도 날씨가 이렇다니 ㅠㅠ

봄 햇살의 기운은 단 며칠 살짝 맛만 보여주고 다 태워버릴 듯한 여름의 햇살이 바로 오려나 보다.

여기는 여름에 5분만 햇빛에 서있어도 피부가 타 들어 가는 걸 느낀다. 아마 공기가 깨끗하다 보니 직광 인듯 싶다.

 

오늘도 점심 먹고 남편과 코코를 데리고 주변을 산책했다.

아파트 화단 반짝이는 초록잎들

반짝이는 나뭇잎이 너무 예쁘다. 갑자기 어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주말에 피란 근처로 신선한 공기 마시러 다녀왔어, 류블랴나는 공기가 너무 안 좋잖아..."

뭔소리???^^ 이렇게 나무들이 먼지 하나 없이 빤짝빤짝 한데?

여기 사람들은 류블랴나 공기가 너무 오염 되었다고 생각한다... 얘네들이 서울 한복판을 다녀와야 얼마나 복 받고 사는지 알게 될까? ㅎㅎ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하얀 남방 하루 입으면 옷깃이 까매져서 다음날 입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고,

하얀 운동화가 일주일이면 새까매지고,,,

어쩌다 코라도 한번 풀면....

 

슬로베니아에 와서 하얀 남방은 먹다가 뭘 흘리지 않으면 며칠을 입어도 상관없고,

하얀 운동화는 일년에 한번 빨까? (냄새 나지 않을 경우^^)

요즘은 산책하다 바람에 실려오는 아카시아 향이 달콤하고 밤에 보는 별들은 대학생때 거제도로 MT 갔을 때나 볼 수 있었던 그 쏟아지는 별들을 생각나게 한다. 

 

나처럼 극한을 경험하지 않은 여기 사람들은 류블랴나가 엄청 오염되었다고 생각한다. 저번에 한번은... 어떤 사람이 말하길... 류블랴나 시내는 너무 차도 많고 복잡해서 힘들다고... 류블랴나가 대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

하긴 이젠 나도 가끔 한국 가서 서울 한복판에 사람들 쏟아져 나오면 어지러워 지기도 한다. 이제 촌년이 다 되어가나 보다. 언젠가 나도 류블랴나 공기가 오염되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곳의 신선한 공기를 찾으러 가게 될까?

 

산책하면서 3개월 된 강아지를 만났다. 코코를 키우다 보니 이제 어린 강아지들은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귀여운 촐랑거림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가뜩이나 코코는 사회화가 덜 된 아이인데 코코보다 크고 검은 베이비가 무턱대고 막 덤벼대니 코코가 기겁을 한다. 코코 사회화 교육을 정말 본격적으로 해야겠다.

산책하는 중간에 바닥에 그려 넣은 꼬맹이들의 작품도 넘 좋다. 나도 이랬던 까마득한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우리집은 코코가 확찐자다. 아니 확찐견? 다이어트 좀 시켜야 겠다 ㅠㅠ

일주일 동안 겨울이 아직 지나가지 않은 것처럼 춥더니 어제부터 봄 날씨가 다시 찾아왔다.

꽃가루는 눈발처럼 날리고 베란다에 널어 놓은 빨래에는 그 꽃가루들이 제 집인양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난 한국에서는 알러지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작년 말 이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우리는 전원주택 같은 분위기의 류블랴나 외곽에서 4년 동안 살았다. 마당 앞에는 넓은 초원이 있는, 요양원 분위기의, 주위에는 온통 초록색인 주택.

가끔 한국에서 친한 벗들이 놀러 오면 2층 방 창문으로 그 초원에 노루가 뛰어다니는 것을 넋 놓고 보며 신기해 했다.

우리도 처음엔 벽난로에 불 앞에서 와인을 마시며 유럽의 긴긴 겨울이 로맨틱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넓은 잔디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석양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전원주택 로망은 그곳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예쁜 잔디는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었다. 민달팽이들이 마당을 채웠고...(난 집 없는 민달팽이는 여기서 처음 봤다, 좀 많이 징그러운...) 두더지들은 여기저기 땅을 파 놨고, 잔디보다 토끼풀이 많아지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일이 모종삽으로 그 징그러운 민달팽이들을 집 앞 샛강 같은 곳으로 이주시켰고(어느날은 백마리도 넘게), 두더지들이 파놓은 땅은 다시 흙으로 덮고 다져야 했으며, 틈나는 대로 토끼풀이며 민들레는 뿌리까지 캐내 잔디가 살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벽난로는 가을이 오기 전 장작을 주문해 마당에 쌓아 놓고 틈나는 대로 벽난로 앞에 다시 실어 날라야 했으며,

타고 남은 재는 틈틈이 갖다 버려야 했다.

 

로망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백조처럼 물 아래서 열심히 발을 움직여야 유지가 되었다.

그래... 그것도 인내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 로망의 집으로 이사간 다음 봄부터 나에게 알러지 증상이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계속되는 재채기와 끊임없이 나오는 콧물, 가려워 미치겠는 눈...
유럽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봄이 오면 겪는 고통이었다. 병원가서 알러지약(태블릿, 코약, 눈약)을 처방받고 복용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어떤 날은 친구와 티볼리 공원 근처에서 밥을 먹다 이러다 숨 못 쉬어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심할 때도 있었다.

 

유럽의 꽃가루가 면역력을 자부했던 나를 이겼다...

최악이었던 작년 봄을 지내고 우리는 결정했다.
초록색이 아닌 회색 건물이 가득한 곳으로 이사 가자!!! 나무가 없는 삭막한 곳으로...

그래서 도심 가까이 아파트 촌으로 이사왔다. 아무리 아파트촌이여도 여기는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있고 주변에 나무들이 넘 많다. 특히 요즘은 봄철이라 이틀만 지나도 베란다에 노란색 가루들로 덮여있다.

그래도 요양원 집에 비하면 양반이다. 약만 놓치지 않고 먹으면 이제 재채기와 콧물 고생은 안한다.

우리는 덜 해진것 같은데 코코가 알러지가 있는 것 같다...
아파트라 하루 세번 산책을 하다보니 코코가 자꾸 재채기를 한다... 강아지도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 걸까???

 

보들보들한 연두색 잎들과 여기저기서 나는 꽃 향기가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

아파트 뒤 공터

코코는 실외 배변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세번 산책을 시켜야 하는데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동양인이 우리 가족 밖에 없는 상황이라 주목을 많이 받게 된다.

슬로베니아는 아직 외국인이 그렇게 많지 않아 동양인은 대충 다 중국인으로 인식을 한다.

따가운 눈초리를 인지하게 되면 남편은 그 사람에게 다가가 우리는 한국인이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인텔리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금새 표정이 바뀌고 한국의 방역이라든지 K-pop이라든지 하면서 친근함을 표시하고 다니면서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중국인 인줄 알았을 거라고 꼭!!! 한국인이라고 밝히라고 한다. 

그러나 가끔 그렇지 않은 사람들 (우리는 그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하면서 위안을 삼는다)은 그게 뭐? 그래서 뭐? 이런다. 아시아에는 중국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는 이런 사람들은 뭐 우리가 어찌 구재하랴...

아무튼, 요즘은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친근함을 엄청 표시하는 사람들도 중국이 너무 싫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유럽사람들이 이 코로나로 중국에 대한 감정이 정말 안 좋아지긴 한 것 같다.

그 얼마나 당행인지...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고 대놓고 얘기 할 수나 있지... 중국 사람들은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슬로베니아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레스토랑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해가 별로 없는 긴긴 겨울을 보내고 햇살 좋은 봄을 기다렸던 여기 사람들에겐 참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그런 그들의 햇살을 코로나가 집안에 꽁꽁 숨도록 만든 것이다.

저번 주 까지는 정말 산책하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눈에 독기가 가득했는데 그나마 레스토랑 문을 열고 어느 정도 규제가 풀리고 나니 다행히 그 독기가 조금은 사그라드는 것 같다.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참 많이 변하게 하는 것 같다.

빵을 집에서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내가 그동안 집에서 세번이나 빵 만들기를 시도했다.

친구가 페이스 톡으로 같이 빵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온갖 블러거 레시피를 보며 마침내 오븐에 빵을 구웠다.

애플 페스츄리, 스콘 그리고 애플파이.

그나마 멀쩡하게 보이는 저 아이가 스콘이다 ㅠㅠ 남들 스콘이랑 왜 틀리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ㅠㅠ

역시 나는 감이 없나 보다 ㅠㅠ

주방은 주방대로 씽크대 하나 가득이고 밀가루들은 왜 이렇게 날리는지...

세번째 베이킹 후 앞으로 더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남편이 승인 해준 애플 파이를 위해 파이 틀을 사준다고 했다 ^^.

파이 틀을 사면 애플 파이 정도는 좀 더 폼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엔 멋지게 애플 파이를 만들어 친구들한테 돌려 볼 예정이다.

 

남편은 요즘 피자를 집에서 만들어 준다. 

역시 나보다는 남편이 소질 있다... 피자 맛집에서 먹는 피자맛이다.

남편이 만든 피자

코로나 덕분에 난 3종 베이커리를 마스터했다 ㅎㅎㅎ

이번 주는 우리도 드디어 외식하러 갈 것 같다. 두달 만에 남이 해준 밥을 먹으로 나간다~~ 얏호~~

류블랴나에서 한시간정도 달려가면 나오는 슬로베니아에 있는 매력적인 수도원이다. 

지체수도원

Zice Carthusian Monastery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사방이 벽으로 갇힌 곳에서 바깥 상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매일 한 끼의 식사로 소재를 지키며 세상 모든 인간적 재미와 흥미를 떠난 채 철저한 고독 속에서 주님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누리는 수도사회이다.

이 수도원은 1155 ~ 1165년 사이에 지어졌으며 그 시대에 프랑스와 이태리를 제외한 독일 영향 지역에 세워진 첫번째 카르투시안 수도원이다.

전설에 따르면 오토카르 3세가 2차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와 휴식을 위해 이 지역으로 사냥을 왔다가 갑자기 그 앞에 하얀 암사슴이 나타났고 그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그는 마법에 걸린 듯 잠에 빠져 그 사슴을 잡을 수 없었다.(그날이 성요한의 날이다) 그의 꿈에 한 남자가 털코트를 입고 나타나 자신이 세례자 요한이라고 밝히며 이곳에 그를 위한 수도원을 지으라고 명했다. 오토카르는 이곳에 세례자 요한을 위한 성당과 수도원을 지었고 14세기 서로마 카톨릭 대분열 시기에는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이기도 했으나 1782년 요제프 2세 황제에 의해 패쇄된다.

지금은 부분적으로 손상되어 예전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때의 규모나 시설을 감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입장료는 6유로 이고, 우리가 갔을 때는 군데군데 복원 하는 중이라 내부 시설을 보는 것은 좀 제한이 있었다.

내부 박물관의 모습이다.

어느 정도 복원 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냥 이대로의 모습도 '자연속의 수도원'을 느끼기에 좋았다.

우리에게 가장 좋았던건,,,

강아지 천국 답게 코코는 무료 입장이었고, 공짜 손님인 코코가 제일 열심히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슬로베니아 곳곳에 자연스럽고 아담하고 예쁜 이런 곳이 많아 참 좋다.


수도원 입구에 있는 슬로베니아 최초의 여인숙은 현재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 경험 상 슬로베니아 맛집 중 NO 3안에는 들듯하다. 레스토랑 분위기도 좋고, 서빙 해주는 직원도 정말 친절하며, 음식 맛도 정말 최고다. 우리는 창문 옆 테이블에 앉았는데 숲 속 궁전에서 식사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도원 가는 길목엔 와이너리들이 많으며, 주변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을 이곳에서 맛 볼 수 있다. 음~~ 느무 좋다.

이 수도원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이 레스토랑에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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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슬로베니아 확진자는 1,304명이며 사망자는 사망자 66명이다.
  • 이용가능한 항공편은 
    도하(카타르) - 카타르항공 주7회 운항, 
    암스텔담(네덜란드) - KLM항공 주3회 운항(화,금,일), 
    프랑크푸르트(독일) - 아시아나항공 주 3회 운항(수,금,일) - 4.18(토), 4.20(월), 4.25(토) 운항 예정 이다.
  • 3월 16일부터 폐쇄했던 사업시설 조치를 완화 하기로 했다.
    4.20(월)부터 건설자재, 기계, 가구, 자동차 정비소, 세탁소 등 일부 업종 영업 재개 하고, 
    5.4(월)부터는 미용실, 반려동물 미용실, 400m2이하 사업장(쇼핑센터 제외) 영업 재개 한다.
  • 영업 재개  이후에도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비치, 이용자 대기시 2m 간격 유지 등 확산 방지 조치 유지 한다.

오늘 한국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사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못했다 ㅠㅠ.

슬로베니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고 비엔나에 있는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겸임하고 있다. 류블랴나에서 비엔나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때마다 1시간 반정도 걸리는 자그렙에 있는 크로아티아 대사관에 가서 선거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때문에 국경도 거의 막히다시피하고, 거주지(류블랴나시)외에는 벗어날 수 없어 선거를 할 수 없었다. 이런 된장 ㅠㅠ

 

이번 부활절을 맞은 슬로베니아 질병센타에서 시민들에게 보내는 포스터다. 할머니네 집에 갈때 코로나도 모시고 갑니다? 이런 내용인듯 싶다 ^^
우리나라 추석 같은 가족 모임의 명절을 코로나가 뺏어간 느낌이다.

가끔 유럽에서 동양사람들이 코로나때문에 일(?)당한다는 뉴스를 보고 설마 하면서 위축되는게 사실이었다. 슬로베니아는 현재 56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3월 16일부터 레스토랑등 기타 상업 시설이 폐쇄되어 현재까지 계속 되고 있다. 

실내에서 마스크와 장갑은 꼭 착용해야 한다 / PHOTO: Aljosha Kravanja

하루에 세번 코코가 일을 보게 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주변에 남편이 데리고 나간다. 단지에 동양 사람은 현재 우리 밖에 없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사실, 우리는 좀 많이 신경쓰이고 위축되었다.
마트에서도 우리를 피해 동선을 잡는 사람도 있고, 빤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우리를 보면 길을 건너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춘기 남자애들은 코로나라고 하면서 지나가기도 하고, 대놓고 불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두번은 세워놓고 얘기를 해서 한국 사람이라는 걸 밝히지만 분하고 억울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네들은 코로나랑 상관없다는 듯이 이태리에 놀러다니면서 다 전염되어 와놓고 왜 우리한테 그러는건지,,, 상황이 여기 까지 오다보니 근본적인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을수도 있겠다 싶어 불쾌해지는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고 우리가 피하게 된다.

 

늘 그렇듯이 남편이 코코를 데리고 나갔다. 지나가는 남자 두명중 한명이 남편을 빤히 쳐다보면서 싫은 표정을 대놓고 하더란다. 남편이 무슨 문제있냐고, 왜 그런식으로 쳐다보냐고 했더니 '코로나' 이러더란다. 남편이 나는 한국 사람이고 코로나때문에 우리도 피해를 많이 보고 있고, 너 지금 인종차별하고 있냐,,, 등등 화산을 막 폭발시키려고 하는데 동행했던 한명이 그 친구한테 귓속말을 하더란다. 당신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이고 가던 길 가더란다.

 

여기 사람들도 세계최강 방역 '한국'을 인정하나보다. 이렇게 한국이 반전을 만들줄... 너무 감격스럽다. 

'다 한국에서 죽을 만큼 고생하시는 당신들 덕 입니다.'

확!! 그냥!!! 돈만 있으면 '메이드 인 코리아' 마스크 몇백만장 사서 류블랴나 시청 광장 꼭대기에서 뿌리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받았던 설움과 함께... '마!!! 한국이 이런 나라야!!!' 막 이러면서....

 

사람이 절벽에 서게 되면 누군가를 원망해 지고 싶은걸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많은 사상자들이 나고, 세계가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상황까지 왔지만 난 중국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바이러스는 점점 더 인간에게 버거운 변종이 될 것이고, 그런 바이러스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다. 그때마다 인종을 차별시키고 위협을 할것인가? 이제는 더이상 되먹지 못한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은 부활절이다. 일요일이 부활절이라 월요일까지 연휴로 쉰다. 

유럽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우리나라 추석과 설날처럼?

부활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같이 보내야 하는데 이놈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다. 정부에서는 내심 엄청 걱정하는 눈치다. 현재는 본인이 사는 주소지에서 다른 도시로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다.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할머니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만들어 먹고 가족들이랑 보내야 하는데 먼 곳에 사는 가족들은 어떻게 할런지 나도 궁금하다.

 

고기가 주식인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부활절에는 고기 대신 먹는
전통 음식을 소개한다.

포티차 / SLOVENIA INCOGNITA

집에서 할머니가 구워주는 포티차라는 빵을 먹는다. 집집마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르지만 보통 계피와 견과류를 넣은 빵이다. 소문난 빵집의 포티차는 내가 먹어도 정말 맛있다. 

 

부활절 계란들 / Slovenia Tourist Board

부활절에 그림 그려진 계란은, 우리가 설날에 떡국 먹는 개념이고... 완숙이여야 한다.

가장 전통적인 계란 염색은 붉은 양파 껍질을 사용한 천연 염색이다. 지금쯤이면 중앙 시장에서 붉은 양파 껍질만 담아서 팔기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진짜 계란 대신 초콜릿 계란을 많이 먹는 것 같다.

부활절 식탁 / Slovenia Tourist Board

horseradish라는 서양 고추 냉이도 빠지면 안되는 음식이고,,,
햄을 넣은 빵도 먹고,,, 부활절에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서 집집마다 허벅지 만한 햄들 하나씩은 사가지고 간다 ㅎㅎ

요즘은 가족이 모여 행복한 부활절을 보낼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좀 부럽기도 하다.

피란 바닷가 / Slovenia Tourist Board

피란 (Piran)은 아드리아 바다에 자리 잡은 매력적인 중세 해안 도시다.

슬로베니아 해안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싶다. 류블랴나에서 한시간 반정도 운전하면 푸른 아드리아 바다가 펼쳐진다. 여름이면 늦은 아침 집에서 출발해서 수영하고 놀다가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슬로베니아가 좋은 점 중 하나는 나라가 작고, 류블랴나가 딱 가운데 있다 보니 집에서 출발하면 끝까지 가도 두시간이다.^^

 

타르티니 광장

피란 한가운데 가장 큰 광장 이름이 타르티니 광장이다.

광장 한가운데 동상이 있다. 피란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악마의 트릴” 작곡자 주세페 타르티니다.

피란을 가기 전 꼭 '악마의 트릴'을 들어봐야 한다. 정말 이 곡을 사람이 연주하라고 만든 걸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이 필요한 곡인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가 연주하고 있고 우리는 그 곡을 들을 수 있다.
작곡자나 연주자나 대단하다. 

 

타르티니 동상과 베네치안 하우스

광장 주변으로 타르티니 생가, 베네치안 하우스, 시청사 등이 있다.

베네치아 공화국 땅이었던 곳이라 건물들이 베네치아 분위기가 많다. 광장 주변 건물 중 빨간색 건물 (지금은 파스텔 살색으로 바뀌었다) 이 베네치아 하우스인데 예전 베네치아 공국 땅이었을 때 돈 많은 베네치아 상인의 세컨드가 피란에 살았고 사람들이 그녀를 손가락질 하며 수군대자 광장 한복판에 저 건물을 보란 듯이 지어서 그녀에게 주었다고 한다. 건물 외벽에 'Lass a Pur Dir (그래 실컷 비웃어라)' 라고 라틴어로 써놓고...^^

 

성 조지 성당에서 내려다 본 광장 / Slovenia Tourist Board

광장에서 골목을 통해 윗쪽으로 올라가서 성 조지 성당에 도착하면  빨간색 지붕의 피란 전경과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아드리아해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더 좋은 뷰를 원한다면 피란 요새를 올라가 본다. 입장료는 2유로 이고 좀더 파노라믹한 전경을 볼 수 있다.

 

피란 바닷가 레스토랑들과 카페 (요즘은 방파제를 넓히는 공사를 해서 해변 산책길이 더 깨끗하고 넓어졌다.

골목골목의 예쁜 상점들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바닷가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이곳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면 메뉴를 주문하고 꼭 소금은 넣지 말라고 해야 한다. 유럽 음식이 원래 짠데 바닷가라 그런지 음식이 엄청 짜다. 


피란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골목안에 조인성이 살았던 집도 있다.^^

피란 바닷가 / Slovenia Tourist Board

이 해변길을 쭈욱 따라 산책길이 끊겨도 바닷가를 계속 가다 보면 숨겨진 곳이 있다. 바로 '누드 비치'

우린 성 조지 성당을 올라갈 때 꼭 누드비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길로 올라간다. 여름에 운 좋으면 누드를 구경 할 수도 있다.^^ 여름에 갔었을 때 누드 비치에 사람을 발견했다. 오호~~ 하면서 핸드폰의 줌을 댕겨 봤는데... 

별 기대감 없는 할아버지가... ㅠㅠ

유럽 사람들은 해만 나면 하도 벗어 재껴서 이젠 아무리 벗은 걸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오늘은 강아지 구충제 사러 코코가 다니는 병원에 다녀왔다. 여기는 일반 약국, 동물 병원, 펫샵, 인터넷에서 강아지 구충제를 구입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 집 냉장고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내용들이 붙어 있는데 우린 딱 하나 붙어 있다.
코코 내부 기생충 먹는 날, 외부 기생충 먹는 날. 

 

다른건 몰라도 겨울이 지나면 외부 기생충은 꼭 먹여야 한다. 여기는 잔디가 많고 코코는 꼭 잔디에서 볼일을 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재작년 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어느날 코코가 벌러덩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사타구니쪽에 검은 점 같은게 보여서 나무 가시가 박힌 줄 알고 빼내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틱(진드기)이었다. 어설픈 상식에 진드기가 뇌에 들어가면 죽을 수 있다는 얘기를 어디서 주어 듣고 너무 놀라서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남편이 해외 출장 중이었는데 애 죽는 줄 알고 울고 불고 전화하고 ㅋㅋ

병원에 가서 진드기 제거를 했는데 너무 깊숙하게 박혀서 수술 아닌 수술을 하고... 그 이후로 코코는 그 의사 선생님만 보면 미친듯이 짖어 댄다. 마취도 없이 살 속에 파고든 진드기 빼내느라 많이 아팠나 보다. 

 

그 이후 병원에서 추천해준 이 약을 먹였다. 코코가 이약을 먹고 진드기가 코코 피를 먹으면 그 진드기는 바로 죽는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그후 또 코코 사타구니에서 검은 작은 콩같은게 붙어 있어서 털어냈더니 말라 붙어 죽은 진드기였다. 코코피가 진드기에겐 사약 한사발이었나보다. 난 이약의 신봉자가 되었다.

 

외부 기생충약, 한달에 한번. 이건 맛있는지 거부감 없이 그냥 막 씹어 먹는다. 1알에 10유로(13000원) 비싸다 ㅠㅠ

 

어제 저녁에 남편이랑 코코 약 사러 가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났더니 코코가 한참동안 안보였다. 어설프게 알아듣고 집에 들어가 숨어서 저녁 내내 안 나왔다. 그렇게 귀신같이 알아들으면서 다른 말은 왜 그렇게 못 알아듣는 척 하는 건지...

 

다음은 내부 기생충약. 저번달에 남편이 사온 약을 꺼내서 먹이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왜 고양이 그림이 있지? 남편은 그냥 종이만 그런거라고 하는데 글자를 보니 고양이 내부 구충제다. 그것도 열알이나 사왔다 ㅠㅠ.


그래서 저번 달에 이거 먹일때 죽어라고 안 먹는다고 했나... 보통 약을 바나나나 고기에 싸서 입에 넣어주면 그냥 꿀꺽 삼켰는데 저번 달은 고기에 싸서 주면 고기만 먹고 약은 발라서 내뱉고, 바나나 속에 박아서 주면 바나나만 훓어 먹고 약을 뱉는다. 그날 저 약 먹이려고 간식 엄청 먹였다.
이 약 이후 한동안 코코에게 우리는 신뢰를 잃었다. 간식을 주면 의심 눈초리로 일단 우리 얼굴을 살핀 후 간식 냄새를 맡고 입에 넣고 한번 싹 발린다. 입안에서 생선 가시 추리듯이...

자식이 부모를 못 믿고 말이야... 이것을 확!!!

오늘 가서 강아지 것으로 다시 사왔다. ㅠㅠ

 

남편이 사왔던 내부 기생충약 - 고양이꺼 ㅠㅠ

 

역시 약은 의사한테 처방 받아야 하나보다.

근데... 강아지가 고양이꺼 먹어도 되나???

요 며칠 꽃샘 추위인지 햇살은 좋지만 공기는 차갑다. 
날씨가 추워도 이런 햇살이면 사람들이 카페에 많이 나와 노닥 거리고 있겠지만,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로 감금 아닌 감금되어 있다.

 

슬로베니아는 4월 2일 현재 897명의 확진자와 17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끝이 없어 보이는 이런 답답한 상황도 '이 또한 지나가리' 주문을 외우면서 

버티어 본다.

 

오늘은 블레드에서 30분 가량 자동차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호수가 있는 보히니로 간다.

 

보히니 호수 / Turizem Bohinj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에메랄드 빛을 내는 아름다운 호수다. 블레드 호수가 예쁘장하고 아담한 동화 같은 호수였다면, 이곳은 웅장한 스케일이 큰 호수다. 이 주변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공원 중 하나인 트리글라브 국립 공원 이다. 슬로베니아 줄리앙 알프스의 최고봉은 트리글라브 산으로 해발 2684미터 이다. 

 

보히니 호수는 1년 내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여름에는 수영, 윈드서핑, 카약, 카누, 낚시등을 하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기도 한다. 그리고 관광객을 위해 유람선을 운행한다.

여름에 갔을 때 보히니 호수에서 패들 보드 배우는 사람들을 봤다. 언젠가는 나도 저 무리 속에 끼어야지 하고 일단 후퇴했다.

 

보히니 / Turizem Bohinj

 

보히니 호수를 둘러보고 호숫가 도로를 따라 달려서 보겔산 케이블카를 타러간다(호수 입구에서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20분정도). 슬로베니아 사람들이 트래킹을 하거나 겨울에 스키를 즐기는 곳이다. 케이블카 왕복 요금은 24유로.

보겔산의 해발 높이는 1535미터,  높은 산은 아니지만 주변 알프스의 경관이 끝내준다. 저 멀리 보히니 호수와 알프스의 봉우리들은 우리를 알프스 하이디로 만들어 준다.

날씨 좋은 날 전망대 테라스에서 간단하게 음료나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주변 산책을 하다 보면 야생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보겔산 케이블카 / Turizem Bohinj
보겔산 산책 / Turizem Bohinj

 

하이디 기분을 맘껏 즐겼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이번엔 사비차 폭포로 향한다.

차량으로 사비차 폭포 주차장까지 20분 정도 소요. 입장료는 3유로.

주차를 하고 산책 겸 폭포쪽으로 걷다 보면 다 도착해서 폭포라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통로가 좁다. 그곳을 통과해서 나오면 숨어있던 폭포가 짠~~하고 나타난다. 

 

사비차 폭포 / Slovenia Tourist Board

 

이렇게 보히니에 오면 세가지 셋뚜메뉴가 준비된다. 생각해보니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보험사 이름이 트리글라브랑 사비차네. ^^

그리고, 트리블라브 국립공원 주변을 다니다 보면 '곰'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저게 왜 있나 싶었는데 가끔 곰이 나오기도 한단다... 곰이 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표지판...

예전엔 정말 곰 사냥을 하기도 했다던데... 

난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설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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